2018년 2월 18일(일) ~ 19일(월)
쿠알라룸푸르에서 힌두교 성지인 바투동굴을 구경하고는 말라카로 이동하였다. 말라카로 가는 고속도로의 양 옆으로는 팜나무들이 무성하였다. 팜나무는 영국의 식민지시절에 말레이지아 전국에 걸쳐 심어졌다는데, 이 나무의 열매로부터 팜유를 만들어 낸단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번 들린후 말라카로 들어갔다.
[ 말라카 ]
말라카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서남쪽으로 약 2시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도시로, 말레이반도 서해안 남부에 위치하여 말라카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과 마주하고 있다. 말라카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해 주는 통로이다.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인도, 중동, 아프리카 지역으로 갈 때 최단거리로 갈수 있는 해협이다. 이 해협을 이용하지 않고 수마트라를 돌아가면 1,600키로를 더 가야 하기때문에 약 3일정도가 더 소요된다고 한다. 이 해협은 좁은곳은 2.4키로에 불과하고, 수심도 낮은 곳은 25미터 정도에 불과해 해로가 좁아 선박이 좌초되거나 해적들의 출몰이 빈번했다고 한다. 소말리아 해적이 나오기 전에는 말라카해협의 해적이 가장 유명했다고 한다. 2004년경부터 미국, 일본 등의 지원으로 해군이 단속에 나서면서 해적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말라카는 14세기에 수마트라섬에서 온 파라메스바라가 이곳을 중심으로 이슬람 왕국을 건설하였으며, 그 지리적 조건으로 동서무역의 중계지로 번창하였다고 한다. 1511년 아시아에 진출한 포르투갈이 왕국을 멸망시키고 아시아 최초의 유럽 식민지로 만들어 향료 무역을 독점하고 가톨릭 선교의 기지로 삼았고, 1641년에는 네덜란드가 빼앗아 해협을 지배하였고, 1824년부터는 영국이 통치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각국의 쟁탈사로 말라카는 이슬람문화, 포루투칼 문화, 네델란드 문화, 영국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있는 특이한 도시이다.
[ 말라카 해상 모스크 ]
말라카가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만큼 바다에 이슬람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바다 위에 모스크를 짓기 위해 인공 섬을 건설했는데 이 때문에 밀물이 밀려들 때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단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해상모스크를 배경으로 해 넘어 가는 광경이 장관을 이룬단다.
말라카 해협
[ 더치 광장, 네델란드 광장 ]
말라카는 1511년 포르투갈에 점령당한 후 네덜란드와 영국이 차례로 이곳을 지배했는데, 이들 서구 열강들이 자리 잡은 곳이 더치 광장과 세인트 폴 언덕 인근이다. 더치 광장은 말라카 시내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17~18세기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네덜란드 총독 공관인 스타더이스, 그리스도 교회, 시계탑, 분수 등이 있는 광장이다. 더치 광장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네덜란드 식민지풍 건물, 북쪽에는 중국풍의 건물이 자리한다.
말라카 그리스도교회
1753년 개신교인 프로테스탄트 교회로 세워졌는데 당시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벽돌을 사용했다. 교회 정면에는 3개의 아치형 문이 있고 지붕은 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붕 중앙에 작은 종탑을 두었다. 교회 내부에는 제단 뒤쪽에 〈최후의 만찬〉 벽화가 있을 뿐 이렇다 할 장식이 없다. 현재 교회 전면에서 볼 수 있는 ‘Christ Church Melaka 1753’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쓰인 것이라고 한다.
식민지풍의 고풍스러운 탄벵스위 시계탑
더치 광장에 있는 시계탑은 1886년 중국계 거상 탄벵스위가 세워, 탄벵스위 시계탑이라고도 한단다. 시계탑은 적갈색이고 1층 각 면에는 아치가 있는 문 1개, 2층 각 면에 아치가 있는 창문 2개, 3층 각 면에는 탑에 비해 작아 보이는 시계가 있으며 지붕에 주황색 기와가 올려져 있다.
시원한 물줄기가 솟는 빅토리아 여왕 분수
더치광장에 있는 분수대는 1901년 다이아몬드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분수이다. 분수 중앙의 1단에 4개의 작은 수조, 2단 3면에 빅토리아 여왕의 부조, 3단 기둥 아래 영국 왕실 문장, 기둥 위 4면에 여신의 얼굴로 장식되어 있고 기둥 주위의 4곳에서 기둥 쪽으로 물을 쏘는 구조이다. 시계탑과 함께 더치 광장의 상징 중 하나이다.
스타더이스
1650년 세워진 네덜란드 총독 공관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네덜란드 양식의 건물이다. 현재는 말라카의 역사와 민속, 문화 등을 보여 주는 역사와 민속 박물관, 그리고 말레이시아 작가들의 유물을 전시하는 문학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 세인트폴 교회 ]
1521년 포르투갈 점령기에 말라카 중심인 세인트 폴 언덕에 세워진 가톨릭 교회이다. 이후 가톨릭을 적대시하던 네덜란드와 영국의 공격으로 대부분 파괴되어 벽체만 남아있다. 교회 내부에는 여러 석판을 세워 놓아 당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으로 말라카의 지배층이 바뀌던 시대를 보여 준다. 성당 앞에는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신부의 동상이 말라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자비에르 신부는 원래 스페인의 왕족이었으나, 선교를 위해 포르투갈 신부가 되어 평생을 중국, 인도, 말레이반도에서 보내다가 1553년 중국에서 숨졌다. 그의 유해는 2개월만에 그가 자주 들렀던 세인트 폴 성당으로 옮겨져 9개월간 안치됐다가 선교본부가 있던 인도의 고아로 보내졌다. 고아로 보내기 위해 그의 유해를 꺼냈을 때 죽은지 11개월이 지난 시체가 전혀 부패하지 않은채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이 로마 교황청에 전해지자, 60년만에 자비에르 신부를 성자로 추앙하고, 시체의 일부를 로마에 묻고 그 자리에 기념교회를 짓기로 했다. 이에 다시 자비에르 신부의 유해를 무덤에서 꺼냈는데, 유해의 모습이 선종할 때 모습 그대로였을 뿐만 아니라 오른쪽 손목을 절단하자 빨간 피까지 흘렀다고 한다. 또한 숨진지 4백년후인 1953년에 세인트 폴 성당 앞에 세운 자비에르 동상이 제막 6개월만에 번개에 맞아 쓰러진 나무에 부딪혀 오른팔이 부러져서 동상마저 고아에 안치된 신부의 유해와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동상의 팔목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단다. 현재 고아에는 신부의 무덤이 있고 로마에는 자비에르 신부의 이름을 딴 기념교회가 있다고 한다. 그의 생전에 있어던 사건중 하나는 바다에서 풍랑이 일자 자비에르가 바다에 십자가를 던졌더니, 사나운 풍랑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후 어부가 같은 자리에서 게를 건져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자비에르의 십자가를 쥐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말라카에서는 등에 십자 모양의 무늬가 있는 게는 성스럽게 여겨 잡지 않는다고 한다.
[ 파모사요새 ]
1511년 말라카를 점령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처음 한 일은 안전한 거주지 겸 요새 ‘에이 파모사A’Famosa’를 짓는 것이었다. 원주민 노예를 동원해 술탄의 왕궁과 왕릉, 모스크를 철거하고, 성벽 두께가 3m나 되는 요새와 다양한 용도의 건물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형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뒤이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포화 속에 살아남은 것은 산티아고 요새 성문과 세인트 폴 성당, 그리고 대포만 남아있다.
[ 말라카왕국 건국나무 ]
수마트라섬 스리비자야 왕국에서 건너온 파라메시바라 왕자는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을 하던중 궁지에 몰린 아기 사슴이 자신의 사냥개를 물리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작은 힘으로도 용맹하게 맞서면 큰 힘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곳에 있는 말라카나무 아래서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이 나무의 이름을 딴 말라카왕국이 건국된 것이 1402년인데, 역사학자들은 이때를 말레이시아 역사의 시작점으로 본다. 독립기념관 앞 말라카 나무 주변에는 포르투갈의 요새와 15세기 말라카왕궁이 있어 여러모로 역사 여행의 시작점이라 할 만하다.
[ 트라이쇼 ]
스타이더스 앞에는 인력거 ‘트라이쇼’가 줄지어 서 있다. 인격거의 외관을 꽃, 인형, 깃발, 화려한 LED등으로 장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디오에서는 우리나라 가요를 비롯해 최신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우리는 트리이쇼를 타고 말라카 시내를 지나가는데, 길거리에 있던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차량들은 우리가 지나가게 길을 비켜주기까지 한다.
[ 차이나타운 쳉훈텡 템플 ]
15세기 초 명나라 함대를 이끌고 말라카를 방문한 정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원이다. 1646년 명나라에서 자재를 들여와 완공하였는데 화려한 용마루 장식, 문짝 장식 등이 볼 만하고 마당에는 범선 돛대를 상징하는 기둥 2개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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