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
교토의 북쪽 언덕 위에 자리한 킨카쿠지(金閣寺)는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滿, 1358~1408년)가 부처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지은 절이다. 1408년 아시카가는 자신이 죽은 뒤 선종의 유파인 임제종(臨濟宗) 사찰로 바꾸도록 명했다. 무로마치 막부가 쇠퇴하면서 많은 선종 사찰들이 재정난을 겪었으며 일부는 오닌의 난(1467~1477년) 때 불타 없어졌으나, 킨카쿠 절은 1950년 한 미친 사미승이 불을 지를 때까지 특별한 재해를 입지 않고 살아남았다.
지금의 건물은 1955년에 원래 모습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1987년에 다시 옻칠을 하고 금박을 입혔다. 지붕 꼭대기에는 금박을 입힌 불사조가 서 있으며, 2층과 3층은 일본 전통 옻칠을 한 뒤 다시 금박을 입혔다. 세 층이 모두 각각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달마를 모신 1층의 호스이인(法水院)은 11세기 헤이안 귀족 저택에서 영감을 얻은 신덴츠쿠리(寢殿つくり)로 지어졌으며 미닫이 문을 통해 공기와 빛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중국식으로 지은 2층의 조온도(潮音洞)는 무사의 집 건축 양식이라 할 수 있는 부케츠쿠리(武家つくり), 3층의 구스코초(究竟頂)는 중국 선종 양식인 카라요(唐樣)로, 금박을 입힌 장식이며 뾰족한 창문, 부처의 사리 등 귀중한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연못에 비친 금각사의 모습.
[ 은각사 ]
본래 명칭은 히가이야마지쇼지[東山慈照寺]이며 줄여서 지쇼지[慈照寺]이다. ‘긴카쿠지’라는 이름은 비공식적 명칭이며, 에도시대[江戸時代]부터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무로마치막부[室町時代]의 8대 쇼군[將軍]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가 은퇴 후 살 저택으로서 1482년 2월 21일부터 지었다. 그는 공사를 시작한 다음해인 1483년부터 긴카쿠지에 옮겨와 살았다. 본래 이곳에는 대규모 건물들도 다수 있었으나 현재에는 관음전(觀音殿)과 도큐도[東求堂, 동구당]만 남아 있으며 이 두 건물은 현재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긴카쿠지의 중심적인 건축물은 관음전이며 ‘긴카쿠[銀閣]’, 즉 ‘은각’이라고도 한다. 정식명칭은 '은각관음전'이다. 관음전은 각기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층으로 지어졌으며 지붕 위에는 청동으로 만든 봉황 조각상이 있다. 1층 신쿠덴[心空殿]은 일본의 전통적인 주택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 조온카쿠[潮音閣]는 중국 사원 양식으로 지어져 불당을 설치하고 관음상을 모셔놓았다.
정원의 북쪽으로는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1486년에 세운 도큐도가 있다. 그 안에는 도진사이[同仁斎, 동인제]라 하여 차를 마시며 독서를 할 수 있는 방이 있다. 아시카가 요시마사는 1485년 선종으로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는데 그는 이 곳에 불상을 모셔 놓고 자신의 개인 사원으로 이용하였다. 도큐도 앞에는 긴쿄지[錦鏡池, 금경지]라는 연못이 있는데 이는 관음전 앞까지 이어진다.
정원은 흰 모래를 이용한 조경이 꾸며져 있는데 이는 긴카쿠지의 명물로서 인기가 높다. 이 모래 정원을 긴샤단[銀沙灘, 은사탄]이라 하며 정원 한쪽에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모래더미는 달빛이 반사되도록 만든 구조물이라 하여 고게츠다이[向月台, 향월대]라 한다.
아시카가 요시마사는 본래 자신의 할아버지인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세운 킨카쿠지[金閣寺, 금각사]를 본보기로 삼아 화려한 건축물을 지으려 했다. 킨카쿠지가 금으로 씌워진 예에 따라 긴카쿠지의 외관을 은으로 씌울 계획을 세웠고 이 때문에 긴가쿠지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러나 건물 전체를 씌울 만큼의 은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오닌의 난[応仁の亂]이 일어나 교토가 파괴되고 물자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 계획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결국 긴카쿠지는 옻칠만으로 마감되어 검은 색을 띤 건축물로 남겨졌다.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1490년 1월 27일에 사망하자 건립 중이었던 긴카쿠지는 미완성 상태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아시카가 요시마사의 뜻에 따라 선종(禪宗) 측에 기증되었고 이로써 쇼코쿠지[相國寺]의 말사가 되었다. 그리고 아시카가 요시마사의 불교식 이름을 따와 ‘지쇼지’라 개칭되었다. 이후 긴카쿠지는 간파쿠[關白, 관백]였던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의 별장으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쇼코쿠지의 말사로서 줄곧 번창하였다.
1952년 3월 29일에 긴카쿠지의 정원이 일본의 특별사적 및 특별명승지로 지정되었으며, 1994년 12월 17일에는 긴카쿠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입구가 특이하게 나무들로 담을 만들어 놓았다.
은각사
은사탄의 모습. 모래를 정성스럽게 쌓아서 만들었다.